나의 레종 데트르 레종 데트르, 존재의 이유쯤으로 번역되는 멋진 프랑스어가 있지, 라는 말을 김갑수의 책 <나의 레종 데트르>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왜 기억에 남아있었을까? 그의 책 제목에 등장하는 ‘레종 데트르’라는 말이 궁금해서 책을 읽으면서 유심히 보았던 덕분이리라. 그러나 레종 데트르는 거기 그 말로 끝이었다. 존재의 이유쯤으로 번역된다는 멋진 프랑스어라는 정도.그러다가 다시 만났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I>에서 그 말은 라이프니치와 함께 등장한다. 244쪽이다.... <라이프니치의 ‘충족이유률’에 따르면, 존재하는 모든 것엔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충족이유률이 무얼까, 존재하는 모든 곳엔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나는 검색작업에 돌입했고, 그 말이 바로 레종 데트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레종데트르’- 프랑스어로 존재의 이유라는 뜻이고, 다른 말로는 충족이유률이라 한다.>그렇게 해서 나의 서재에서 김갑수의 책과 진중권의 책은 서로 교차한다. 그 교차점에서 나는 행복하다.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았으므로. 아니 레종 데트르라는 말을 알기 전에 이미 나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으므로.....
여러 일간지의 서평담당을 포함해, 국내 최초의 데일리 서평 프로그램인 SBS의〈김갑수의 책하고 놀자〉를 진행했고 책방송, 음악방송에 관여해 오고 있는 저자의 책읽기 이야기. 그가 주창하는 책읽기는 ‘무목적성’, 책을 통한 글쓰기는 ‘스스로에게 말걸기’로 집약된다. 책읽기와 음악듣기로 한 생을 살아내겠다는 그의 지향이 모여 나의 레종 데트르 가 됐다.
김갑수의 책읽기는, 거침없고 솔직하게 자기 삶과 교차되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데 있다. 카사노바를 얘기할 때가 그렇고, 서갑숙과 밀란 쿤데라를 이야기할 때 그렇다. 아직도 성에 대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우리 사회에서, 카사노바를 자기 삶의 멘토로 삼고 싶다는 그의 발언은 너무나 솔직하다. 책은, 카사노바와 밀란 쿤데라와 서갑숙의 책을 성교란 주제 아래 다루는 것에서 시작해 문학과 음악에 관현된 책들, 고전들, 여행서들, 사회비판서 등등 온갖 주제와 시대의 책들을 망라한다.
1. 성교
우리는 아직 카사노바에 도달하지 못했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나도 톨스토이와 동격이다 / 다들 망거질 때 망거지지 않은 몇몇 놈 / 섹스를 공부하자! / 사랑은 진할수록 아름답다
2. 재미나는 인생
태초에 먼지가 있었다 / 흡연을 고민하는 햄릿 / 수의사 해리엇의 재미나는 인생 /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 추리문학의 교과서들
3. 내 안의 시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맛없는 인생의 식탁에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다 / 슬픔이 너를 깨문다 / 불은 언제나 되살아난다
4. 멜로디를 넘어서
한 놈만 죽인다! / 내 영혼의 음악 / 왜 클래식인가 / 멜로디를 넘어 의미의 세계로 / 록, 그 폭발하는 젊음의 미학 / 그 남자의 재즈일기 / 날아라 밴드 뛰어라 인디 / 후레자식 음악의 지형도 / 미쳐있는 행복은 미친 사람만이 안다
5. 소설, 하나
윤대녕의 두 여자 / 결혼은 미친 짓이다 / 첫사랑 / 떨림 / 풍경의 내부 / 황석영과 박현욱을 동시에 읽고 보니 / 아들을 위하여 / 이호철과 김영하의 사이 / 너를 만나고 싶다
6. 소설, 둘
내 안의 깊은 계단 / 식물들의 사생활 / 종희의 아름다운 시절 / 아주 오래된 농담 /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 당당한 불륜 / 여류, 봄날의 신경숙에서 가을의 전경린까지 / 들어라, 58년 개띠들아 / 행복 없이 사는 연습
7. 유행의 속내
책하고 놀자 / TV, 책을 말하다 / 울적한 밤의 쇼펜하우어 / 휴가철에 어떤 책을 준비할까 / 엽기, 변태, 일탈에 끌리는 마음 / 밀리언셀러의 비밀
8. 고전의 미로
고전 명저를 찾아 읽으며 / 문인 183명의 고전 체험기 /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 릴케, 고흐, 모딜리아니, 카프카와의 만남 / 일생에 한번쯤은 / 문학교육을 검증한다
9. 영혼의 문제
화난 사람을 위하여 / 아름다운 삶 / 느리게 살 수 있는 능력 / 법정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스리고 달린다 / 에버렛 루에스의 아름다운 날들 / 아미쉬 공동체도 살 수 있는 사회 / 열등감, 열등감, 아아 열등감 /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10. 진실 혹은 거짓말
춘아, 춘아, 옥단춘아 / 김어준과 김규항 / 졸라 스페셜 / 유명인의 심리세계에 내 자아가 숨어있다 / 여성사도 역사다
11. 사람들
유인원과의 산책 / 나쁜 성질이 도달한 위대한 생애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이념무상 시대의 체 게바라 / 자서전들 읽읍시다
12. 운명
운명의 딸 / 밀란 쿤데라의 향수
13. 일본소설의 신비
당대를 담아낸다 /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 생의 신비와 암리타 / 이양지의 죽음과 돌의 소리
14. 돌아오는 여행
비틀어 본 해외 견문록 / 나를 부르는 숲 / 필독 해외 여행기를 기대하며
15. 한국 까발리기
발칙한, 그러나 명석한 미국인 문화건달 / 서양 문명인의 눈에 비친 ‘미개국가’ 조선 / 일본 사회학자의 눈에 비친 한국인
16. 민족주의의 그늘
민족주의와 발전의 환상 / 리영희에서 진중권으로 / 이완용, 매국과 애국의 두 얼굴 / 누가 일본을 왜곡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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